1970년대 드라마 속의 여성과 1980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드라마 속의 여성 캐릭터의 변천과정에 대해 알아봅시다. 1980년 이후 여성작가와 주 시청자가 가정주부였던 드라마가 사회적 정치적 드라마로 변모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고 여성 작가의 등장에 배경도 이해해 봅시다.
1970년대의 드라마 속의 여성
1970년대는 일일 연속극의 황금기를 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없는 인내와 희생을 통해 가정을 지키며 꿋꿋이 맞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드라마가 꼭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희생을 잃지 않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1970년대의 일일 연속극은 여주인공을 대부분 절대적인 순종과 인내심을 겸비한 현모양처로 표현했다. 가주장적 사회 질서와 가정 내에서 감내해야 했던 고부 갈등, 남편의 외도, 속 썩이는 자식을 포용했다. 여주인공이 이것을 얼마나 이것을 잘 극복하냐에 따라 악처와 현모양처의 구분 기준이 된 것이다. 물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이 종종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한국 연속극에서는 정현화 된 현모양처가 주인공이었다.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은 198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또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여성의 숫자는 남성보다 적었으며 직업 역시 남성에 비해 제한적이고 차별적이었다. 여성의 주요 관심사는 오직 가정이나 가족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었고 국가나 사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것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여성의 성격은 수동적이며 남성에게 복종하고 인내심만이 최고라는 전통적 여성상을 구현했다. 적어도 1980년대 초까지의 여자 주인공들은 사회적 욕망이 없는 사람이었다.
드라마 속의 여성의 변화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정형화된 여성상에 조금씩 의구심과 거부감을 드러냈다. 여성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여자 주인공을 한이 많은 역할이나 억척스러운 여인상으로 소재로 한 드라마가 식상하다고 답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나왔던 여성상 대신 지적이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인이거나 사랑스럽고 성실하고 지혜로운 여성상을 원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던 여성상을 탈피를 원했던 것이다. 1984년 이후 시대 변화를 급속도로 겪으면서 드라마도 급물살을 탔다. 한국인이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 드라마, 탐욕과 배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달렸다. mbc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사랑과 진실'이 그 대표적인 드라마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욕망이 없는 인물로 나오던 여성을 개인화하고 사회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에 많은 인기를 누리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마침 도래한 컬러 TV시대와 함께 흥행했다. 인간의 욕망은 생생한 컬러와 함께 전해졌다. 흑백 화면에서 컬러 화면으로 바뀌며 사랑, 욕망, 질투, 분노가 함께 잘 표현되었다. 컬러 tv시대에 한국 멜로드라마 전성기의 불을 지폈다. 새로운 불모지에 씨를 뿌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것은 우연히라고도 할 수 없다. 그동안 참고 눌렸던 여성의 인권이 성장한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의 새로운 편입이었다. 이는 드라마 소비의 고급화와 다양화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여자 작가 전성시대에서 사회성드라마까지
1987년 한 매체가 당시 드라마 주제 및 소재에 관해 발표한 바가 있다. 90% 이상의 드라마가 사랑, 행복, 꽃 등의 여성 시청자 취향의 드라마 제목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조사에서 보듯 시청자의 주도권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있었다. 이런 시청자들은 여성 드라마 작가의 전성시대를 불러왔다. 1980년 초 한국방송작가 회원 150명 가운데 여자는 1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 중반 이후 그 수는 급속도로 불어나 안방극장은 여성 작가의 경연장이 되었다. 당시 인기를 모은 드라마 대부분 여성 작가들이 쓴 작품이었다. 소재는 대부분 멜로드라마로 주 시청자는 가정주부와 같은 여성들이었다. 멜로드라마의 번성의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인 미망인이라는 것이다. 이때 신문은 비슷한 레퍼토리의 여성 취향 드라마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1989년을 기점으로 사회성을 풍자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폭로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사회성이 짙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풍자와 고발 형식을 이룬 작품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왜소한 서민들의 모습과 진실의 고발 작업이 보편화되면서 실화성 드라마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